본문 바로가기
딸기아꼬삥 스토리/교통사고 그 후...

고의가 아니어도 죄는 죄다

by 딸기아꼬삥 2017. 9. 25.
반응형

아빠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신지 벌써 반년이 훨씬 넘었다.
아직도 아빤 의식이 없으시고 기도삽관을 했으며 배에 호수를 꽂고 영양식을 넣어두리고 있다.

​​처음엔 그저 이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왜 하루 아침에 우리 아빠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되어야 한건지...
그저 신이 원망스러우면서도 간절하게 기도했다.
나의 것을 되돌려 달라고...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달라고...

가해자 잘못이 100%라고 해도 난 가해자를 원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역시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다.
고의도 아닌데 그냥 원만히 합의해주자 결심했었다.
소송을 해도 우리 아빠가 나아지시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 역시 뉘우치고 있을 것이며 어느 가정의 가장일테니까...
오지랍쟁이인 나는 또 남의 사정을 봐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아....
​​고의가 아니어도 죄는 죄다.
그리고 그 죄인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의도적이던 아니던 간에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되어 버렸다.
아빠는 지금 이 상황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알 수 없는 눈물만 흘리고 계시고 내 손도 잡아주지 못하시는데...
가해자는 행인과 웃고 떠들고 농담따먹기를 한다.
내 앞에서...웃는다...난 울고 있는데......

진심으로 그 자리에서 가해자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가해자를 없애버리면 모든 일이 없던 일이 되진 않을까,
우리 가족이 웃을 수 있었던 그 날로 돌아가게 될 것만 같았다.
내 앞에서 웃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동행해주신 그 분의 손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정말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싸울 수 있는 만큼 싸우고 받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더라.
세상이 그렇더라.
한 가정을 이렇게 만들고도 죄책감 하나 없이 그렇게 피해자 앞에서 농담따먹기를 하고 사고 현장을 왜곡하는 그런 미친 가해자를 절대 용서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나의 법적 대리인이 생겼다.


이런 일을 겪은 것이 당연히 처음이라 검색을 그렇게나 해봤는데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혹시 모를 우리 가족 같은 피해자를 위해 앞으로의 합의 과정과 싸우는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기로 했다.

​이제 시작이다!!
아빠를 위해,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나는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힘을 낼 것이다!!

반응형

'딸기아꼬삥 스토리 > 교통사고 그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까지  (0) 2023.01.21
2017년 2월 20일 아빠의 교통사고 소식  (0) 201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