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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아꼬삥 스토리/교통사고 그 후...

2017년 2월 20일 아빠의 교통사고 소식

by 딸기아꼬삥 201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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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0일..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회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둥지둥 집에서 일찍 나왔고 조금은 여유있게 출근을 하게 되어 느긋하게 커피도 마셨다.

일상적인 회의를 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다른 때와 다르게 일이 적은 편이라며 오랫만에 칼퇴근이 가능할 것 같다고 집에 가면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어야 겠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휴대폰이 울린다.

오전 10시에서 11시 넘어가기 조금 전이었던 것 같다.

언니로부터의 전화...

회사에 있을 때에는 업무에 방해가 될까봐 되도록 전화대신 메세지를 보내는 언니인데 전화라니...

갑자기 눈물이 나고 소름이 끼쳤다.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언니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다급했다.

"엄마 전화 받았어? 아빠가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으시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엄마는 지금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길 간절히 바라며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엄마는 안산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택시가 안잡힌다며....

아빠가 엄마를 기다릴텐데 빨리 가야하는데 택시가 안산으로 안가준다며 너무나 힘겨워 하고 계셨다.

"일단 나도 바로 병원으로 갈테니까 침착하고 괜찮을거니까 나쁜 생각하지 마!!아빤 약한 사람 아니야!!아빠 믿어!!!"

급히 업무 인계를 하고 조퇴를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교통방송이 나왔다.

서해대교에서 큰 사고가 나서 정체가 심하다는 방송이었다.

운전자가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아빠 소식이 아니길...저 사고가 우리 아빠 얘기가 아니길........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고대안산병원 응급실로 갔다.

 

온통 피투성이였다.

아빠는 응급실에서도 격리실에 혼자 계셨다.

눈에서, 코에서, 귀에서, 입에서.....피가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몸부림을 치고 계셨고 양 팔은 침대에 묶여있었다.

"너무 괴로워 하시는데 진통제라도 놔주세요. 숨쉬기 힘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산소호흡기라도 좀 주세요."

"진통제는 함부로 놔드릴 수 없고 지금 아퍼서 그러시는 거라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요."

병원에서는 아빠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분명 숨쉬는 것이 힘겨워 보이는데 그게 그냥 아퍼서 고통스러우신거라고 했다.

"아빠!!내 목소리 들리면 내 손 꽉 잡아봐요!!"

아빠는 내 손을 있는 힘껏 잡으셨다.

얼마나 괴로우셨는지 있는 힘껏 잡아주셔서 내 손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아빠, 내가 의사선생님 불러와서 진통제라도 놔달라고 할테니까 손 놔봐요."

아빤 바로 손을 놔주셨다.

의식이 있으신 것이다. 이건 다 들리는 것이다. 어서 조취를 취해야만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응급실에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아무것도 안해주고 오히려 보호자를 내쫓을 뿐이었다.

 

사고는 오전 9시15분쯤 발생했고 병원으로 실려가신 것은 오전 10시 30분쯤..

그리고 밤 10시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다.

그리고...첫 면회를 한 그 날 밤 아빠는 의식을 잃으셨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온 몸이 산성화 되어버렸다고 했다.

산소 호흡기만 제대로 줬더라면 의식을 잃지 않으셨을텐데...

응급실에서 제대로 조취를 취해줬더라면 인지까지 잃어버리지 않으셨을텐데...

그 날부터 우리가족의 병원 밤샘은 시작되었다.

하루 30분씩 두번, 총 한시간의 면회만 가능한 중환자실.

언제 보호자를 부를지 모르기 때문에 엄마와 언니, 나, 동생은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 의자에서 4개월을 밤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4개월이나 중환자실에 계셨다.

홀로 외로이 싸워나가시며...

위태로운 상황들을 홀로 견뎌내시며...

 

사고 당일 병원 복도에서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을 만났다.

내 차의 블랙박스에서 칩을 빼왔다며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블랙박스가 꺼져있었을거에요."

"아마 사고의 충격으로 켜졌는가봅니다. 확인해보니 영상이 조금은 찍혀있더라구요."

투명한 비닐에 담긴 내 차의 블랙박스 칩을 경찰 두명이 가지고 가는 것을 확인했다.

분명 가지고 가는 것을 내가 확인을 했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몇일 후 사고는 군산경찰서로 넘어가 담당자가 바뀌었으며 블랙박스의 칩이 왜 없냐고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 전화가 왔다.

당시 경찰 두명이 가지고 갔다고 말을 했으나 그 두 경찰들은 가져간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고현장을 함부로 건들면 안되는데 맘데로 칩을 가지고 간 것에 대한 징계가 두려워 발뺌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가해자가 돈으로 매수했나....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그리고 너무나 화가 난다.

응급실에서 제대로 조취를 취해줬더라면 우리 아빠 이렇게 고생하지 않으셔도 됐을텐데....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1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아빠가 일어나셔서 집에 가자고 하실 것만 같다.

우리 아빠는 아직도 바보같이 눈만 깜박이시고 표정으로만 말씀을 하신다.

내가 누군지 아시는건지, 어떤 상황인건지는 알고 계시는건지...

매일 눈물을 흘리시며 우는 표정을 지으시지만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시는 아빠를 보면....

바보같다...벼락을 맞고도 아무 이상 없으셨던 분인데 이렇게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아프다는 말도 못하시는 것을 보면....너무 바보같다..평생 날 아프게만 하시는 우리 아빠는 정말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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